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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울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최근 5년새 우울증 치료제인 '항우울제' 소비량이 50%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.
여성의 항우울제 소비량이 남성의 소비량보다 2배 가량 많았고 노년층의 항우울제 복용도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. 26일 연합뉴스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입수한 '2004∼2008년 우울증 환자 항우울증 진료실적' 자료를 분석한 결과, 2008년 우울증 환자의 항우울제 투여횟수는 6천820만여회로 2004년의 4천480만여회에 비해 52.3% 늘어났다. 투여횟수는 환자가 약을 복용하는 횟수를 뜻하는 것으로, 병원에서 하루 세번 먹는 약을 3일치 처방하면 처방건수는 한건으로 계산되지만 투여횟수는 9회가 된다. 1회 투약량이 같다고 했을 때 투여횟수가 늘었다는 것은 항우울제 소비량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.
성별로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우울증 치료제를 더 많이 복용했다. 여성의 항우울제 투여횟수는 2006년 처음으로 남성 투여횟수의 두배를 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남성의 투여횟수보다 무려 2.17배나 많았다.
연령대별로는 70세 이상 환자의 투여횟수가 크게 늘면서 2004년 전체 12.7%에 불과했던 이 연령대의 투여횟수 비율이 지난해에는 17.9%를 기록했다. 이는 노인 우울증 환자가 크게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. 항우울제를 가장 많이 복용하는 연령층은 50대였다. 지난해 50대의 항우울제 투여횟수는 1천506만6천회로 연령대별 최다였고 투여횟수의 비율은 22.1%였다.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50대는 사교육비 등으로 경제적 부담이 큰데다 직장에서도 정년퇴직을 맞는 시기여서 이 연령대에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환자가 많이 발생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. 10대의 우울증 치료제 투여 비율도 늘어 노년층을 제외한 대부분 연령대의 투여비율이 감소했던 2008년을 제외하고는 증가 추세를 보였다.
다만 경제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인 30-40대의 항우울제 투여횟수는 매년 감소했다.
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"우울증으로 병.의원을 찾는 분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항우울제 소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"며 "항우울제의 부작용이 감소하면서 약물치료가 늘어난 것이 한 이유"라고 설명했다. 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과 박용천 교수는 "방치됐던 우울증 환자들이 치료망 안으로 들어오면서 항우울제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"면서 "좀 더 많은 환자들이 제때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대책이 시급하다"고 강조했다.
이번 자료는 2004-2008년 심평원에 접수된 전국 병.의원 진료비 명세서 가운데 우울증을 주요 병명으로 기재한 명세서 중 5종류의 항우울제 치료약을 처방한 명세서를 골라 분석 대상으로 삼았으며 항우울제 투여횟수는 모든 우울증 진료환자가 항우울제를 투여한 횟수를 합산해 산출했다. (출처:연합뉴스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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